조성호 목사님, 그리고 교우 여러분!
벌써 성탄절이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모두 평안하신지요?
베를린 거리는 온통 성탄절 분위기로 들떠 있겠군요. 예수님께서 아기로 베들레헴 마구간의 구유에 태어나셨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듯합니다. 그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계절이 교우 여러분께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빕니다.
요즘 저는, 한국의 기독교 세력이 너무 커져서, 교회들이 너무 거대해져서 아기 예수를 모실 ‘구유’를 상실한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더구나 ‘목사’, ‘기독교인’ 등의 이름을 내걸고 광화문에서 거친 시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아기 예수와 아무런 관련 없는 종교집단들의 횡포에 분노까지 느끼게 됩니다. (물론 일부라고 믿고 싶지만) 보수 기독교 집단이 극우정치세력과 함께 손잡고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해는 이런 일이 종결되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의 국내정치만이 아니라 국제정치 상황도 매우 어렵지만, 정의와 평화를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러분과 함께 수련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어, 저에게 매우 뜻깊은 한 해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저에게는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여러분들의 믿음과 열정이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베를린 여행 중에 ‘베를린 케테 콜비츠 미술관’(Käthe-Kollwitz-Museum Berlin)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귀국 후에 “케테 콜비츠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관하여 연구하였습니다. 그 결과물을 넷으로 나누어 제 블로그(https://blog.naver.com/yunej51/221708482040)에 올려두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케테 콜비츠는 예술가로서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며 헌신하였기에, 수련회 주제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 전쟁의 참화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목판화 “어머니들”(Die Mütter)과 전쟁거부 포스터(Nie wieder Krieg!) 그림을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메시아의 탄생을 축하하는 뜻으로 첨부합니다.
새해에도 “평화를 찾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시 34:14) 라는 말씀이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목사님과 교우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보람된 새해 맞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샬롬!
2019년 12월 24일 한국에서 윤응진 올림 |